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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용산에 대한 추억...

어제 갑자기 올블로그에 용산과 용팔이에 대한 이야기가 올라오기에 무엇인가 해서 봤더니 KBS 뉴스에 용팔이 관련 기사가 났더군요. 용산에 드나든 경험이 있는 분들이라면 용팔이와 얽힌 안 좋은 일이 적지 않을 테니, 많이들 공감하시는 것 같네요.

용산을 마지막으로 간 것은 지금 가지고 있는 컴퓨터 조립할 때였으니까 한 1년 반 정도 된 거 같습니다. 나이가 들다보니 용산이 점점 넓게 느껴지고, 발품 팔기도 귀찮고, 가격과 재고가 시시각각 변하는 것도 짜증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인터넷 쇼핑몰을 이용하게 되더군요.

그래도 용산이란 곳은 추억이 어린 곳입니다. 학교 다닐 때 토요일이면 전철표 한장 들고 용산을 이곳저곳 쏘다니는 것이 낙이었습니다. 굳이 뭔가를 사러가는게 아니라 소위 아이쇼핑이죠. 그러다가 충동 구매도 하고 돌아오는 길에 후회도 하고... 아련한 추억들이네요.

컴퓨터 관련으로도 많이 갔지만, 주로 게임기 때문에도 용산을 자주 방문했습니다. 10년 전만 해도 용산의 게임기 밀수(?)와 게임시디 복사 시장 규모가 엄청났었거든요. 용산에 핸드폰 가게가 거의 없던 시절 이야기니 꽤 오래된 이야기네요.

터미널 전자상가는 호객행위의 거부감 때문에 거의 이용을 하지 않았고, 주로 나진과 선인 상가, 그리고 전자랜드가 주 목적지였습니다. 그러다보니 전철에서 내려 터미널 상가에서 '뭐 찾으세요' '싸게 해드릴게요'라는 말들을 수십번 듣고 나서 구름다리로 향하는 것이 일상이 되버렸습니다.

그렇게 구름다리로 가면 CD 1장에 게임이나 프로그램을 잔뜩 집어넣어서 장당 만 오천원에 팔던 불법 시디 아저씨들(이 아저씨들 그래픽 프로그램은 이만 오천원에 팔아 해치우셨음)이 정겹게 절 반겨주었고, 구름다리에서 내려오면 여지없이 소매를 잡아 당기는 드라큐라 아줌마들과 실랑이를 벌이다 잡혀가곤 하였습니다. 아, 하루에도 수천명 이상 신호위반 하는 횡단보도에서 잠복하고 있다가 딱지 떼며 실적 올리던 경찰 아저씨들도 눈물날 정도로 그립네요. 뿌득뿌득...

그럼, 용팔이 아저씨 아줌마들에 대한 추억은...
글쎄요, 서로 속고 속이기 바빠서 이렇다할 추억이 없네요. 다만 나름대로 치열한 삶의 현장이었고 세상은 결코 만만한 곳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준 곳이었습니다. '호구'인척 하고 놀려먹은 적도 있었지만, 제 꾀에 제가 넘어간적도 있었으니까요.^^

언제 시간 나면 용산에 한번 놀러가야 겠습니다.


PS. 용팔이 관련 뉴스의 동영상을 보았는데, 사실 이해가 잘 안되었습니다. 그쪽 수법이야 알만큼 알지만 마지막에 '맞을래요'라는 말은 쉽게 상인들이 할 수 있는 이야기일까요? 물론 원래 그런 악덕상인일 가능성도 있지만 그 말이 나오기까지 기자가 얼마큼 떡밥을 던졌을까도 솔직히 의심이 갑니다. 깨끗하게 편집된 화면을 믿기에 이 세상은 그리 순수하지 못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