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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PC방 이야기 - 금연석

집에 있는 컴퓨터 사양이 그다지 좋지 못한 터라 온라인 게임을 하기 위해 종종 PC방을 이용합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단골 PC방도 생기게 되었습니다.

이 PC방이 단골이 된 이유는 시설이 좋아서도 아니고, 서비스가 좋아서도 아니고, 컴퓨터 사양이 좋아서도 아닙니다. 물론 평균 이상은 됩니다만 주위에 최신 컴퓨터 사양과 대형 LCD 모니터를 자랑하는 PC방을 외면하고 이 PC방에 가는 이유는 금연실 때문입니다.

법으로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다른 PC방도 금연석이 따로 존재하기는 하지만 담배 연기를 직접적으로 덜 마신다 뿐이지 어차피 같은 공간인지라 PC방에 있다 나오면 옷에 담배 냄새가 배어버립니다. 제가 흡연자라면 상관없겠지만 담배 냄새를 무지하게 싫어하는 비흡연자인지라 PC방을 갈 때마다 이 점이 아쉬웠는데 이 단골 PC방 때문에 걱정을 덜었습니다.

이 PC방은 금연실과 흡연실이 공간적으로 완전하게 분리되어 있으며, 들어가는 문조차 다릅니다. 진정한 금연석이라 할 수 있죠. 게임을 즐기는 동안 담배 연기를 안 맡아도 되고, 담배 냄새가 옷에 배일 걱정도 없으니 비흡연자인 저로서는 자연히 단골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세상에 완벽한 곳이란 없는가 봅니다.
완벽한 금연실에 따르는 부작용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초딩",
저만큼 금연실을 반기는 종족(?)이었습니다.

기차 화통을 삶아먹은게 확실한 아해 1...
스피커에서 나오는 노래를 따라 부르는 아해 2...
PC방 안에서 인라인을 타고 다니는 아해 3...
겜하다 말고 싸우고 있는 아해 4와 5...

동네 놀이터가 따로 없습니다. 덕분에 한동안 초딩과 담배 냄새를 저울에 올려놓고 심각하게 고민을 해본 적도 있었지만 그래도 담배 냄새가 더 싫은 모양입니다.

최근 여중생들의 실상을 안 곳도 여기 금연실이었습니다. 욕으로 시작해서 욕으로 끝나는 그녀들의 대화를 듣고 있으면 정신세계가 자연스럽게 아스트랄해지더군요. 세상에 초딩보다 무서운 존재가 있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꿋꿋하게 초딩과 무서운 여중생들의 압박 속에서도 게임을 즐기고 있습니다. 금연실의 특성상 아리따운 처자가 간간히 출현하기 때문은 절대로(?)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