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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포맷의 추억 2탄

포맷에 관한 아픈 기억... 그 두번째 입니다.

한 4년 전쯤으로 기억합니다. 당시 컴퓨터 사양이 펜티엄3 1기가에 192메가 램이었는데, 윈도우즈 XP가 조금 버거웠지만 나름대로 잘 써왔습니다.

그런데 어느날부터 게임을 10분만 하면 컴퓨터가 다운되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인터넷 서핑이나 워드 작업에는 아무 문제가 없는데 게임만 하면 잘 되다가 10분 안에 다운되는 겁니다. 게임을 삭제하고 새로 깔아도 소용 없었습니다. 게임 문제인가 해서 다른 게임을 해봐도 똑같은 증상이 발생하더군요.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래, 포맷한지도 2달이나 되었잖아. 이 기회에 포맷이나 하자.
결국 한가한 날 오후, 느긋한 마음으로 포맷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악몽의 시작일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포맷과 윈도우즈 XP 설치는 순조로왔습니다. 드라이버와 패치, 사용하는 프로그램까지 모두 설치한 후 게임을 설치했습니다. 그리고 게임 시작... 그러나 10분만에 다운... 좌절....

다시 포맷했습니다. 다시 윈도우즈 XP 설치했습니다. 다시 드라이버와 프로그램 다 깔았습니다.
다시 ePSXe를 설치했습니다. 그리고 게임 시작...10분만에 다운... 분노...

3번째 포맷을 시작했습니다. 벌써 날이 어두워졌습니다. 이번에는 윈도우즈 XP만 깔고 바로 게임을 설치했습니다. 그리고 게임 시작... 10분만에 또 다운... 허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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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동안 10번 포맷했습니다. 컴퓨터를 3번 분해했다 다시 조립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컴퓨터가 맛이 가기 시작하더군요. 윈도우를 설치하는 도중에 다운되어 버립니다. 상황은 걷잡을 수 없게 변해버렸습니다. 눈물을 머금고 컴퓨터 AS를 받아야 하나 한숨을 쉬는데...

좀전 컴퓨터를 분해했다 미처 닫지 못한 케이스의 틈 사이로 무언가가 보였습니다. 그것을 보는 순간 원인을 알아서 너무 기쁘면서도 이틀 동안 뻘짓을 했던 제가 너무나 바보같아서 화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원인이 뭐였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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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처구니 없게도 CPU 쿨러가 멎어 있었습니다!!!

새로 산 컴퓨터도 아니고 몇년간 잘 써오던 컴퓨터였기에 설마 CPU 쿨러가 멎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그걸 보니 모든게 이해되더군요. 평상시 컴퓨터 작업은 버텼으나 CPU 점유율이 높은 게임을 실행시키자 10분 만에 한계온도를 넘어버려 다운되버린 것이었습니다.

쿨러가 완전히 고장 난것은 아니여서 볼펜으로 똑 건드려주니 돌기 시작하더군요. 물론 다운 현상 같은 것은 다시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펜티엄3여서 열에 강했다는 겁니다. 당시의 AMD CPU였으면 아마 타버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 후로도 지금의 컴퓨터로 바꿀 때까지 2년간 그 컴퓨터를 잘 썼습니다.
쿨러를 갈았냐구요? 아뇨, 쿨러 사러가기 귀찮아서 2년간 케이스 열어 놓고 컴퓨터 킬 때마다 볼펜으로 톡 건드려주었습니다.-.-;;